News Swiss Architecture Biennial 2026: ‘돌봄’으로 보는 공간 Trend 2026-10-17 Keywords 2026스위스건축비엔날레 SwissArchitectureBiennial2026 돌봄의눈 스위스국제건축연구소 취급주의 돌봄과유지보수 존재하는공간존중 기후위기시대 세심한관찰과배려 망치대신청진기 사람중심 지속가능한재생 CallforPechaKucha CallforAction 원상복구가능성 겸손한공간개입 UrbanWalk 천천히걷기 HandlewithCare 존재를지키는다정한선택 스티브 ‘돌봄’에 눈길이 가는 이유사실 우리는 오랫동안 건축을 ‘신축 중심의 개발’ 위주로만 바라봐 왔다. 낡고 작은 건물을 허물고 평평하게 다진 땅 위에 번쩍이는 새 건물을 올리는 것만이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 지어진 화려한 건물들조차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면 금세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이미 만들어진 공간을 ‘돌보고 지켜내는 일’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오래된 공간이 간직한 고유한 역사성과 물성을 존중하며, 그 여백에 새로운 사람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태도가 오늘날 건축과 도시 전반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이러한 고민의 최전선에서 스위스 국제건축연구소(i2a)가 주관하는 2026 스위스 건축 비엔날레(Swiss Architecture Biennial 2026)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2026년 10월 2일부터 11월 28일까지 루가노(Lugano)의 빌라 사롤리 리모나이아(Limonaia of Villa Saroli) 전시관과 공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취급주의: 돌봄과 유지보수(Handle with Care: Care and Maintenance)’다. 깨지기 쉬운 물건에 붙이는 ‘취급주의’ 스티커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자연을 한층 섬세하고 정성껏 돌봐야 할 때임을 일깨운다. 이번 비엔날레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히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만이 해답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존중하고 애정 어린 손길로 돌보는 태도야말로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점이다. 보통 도시 개발의 출발점은 전면 철거지만, 이번 행사는 그에 앞서 ‘존재하는 공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먼저여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건축가가 손에 쥐어야 할 첫 번째 도구가 건물을 부수는 망치가 아니라 공간의 숨결을 듣는 청진기와 같아야 하는 것이다. Call for Pecha Kucha, 돌봄을 향한 다각적 시선전 세계 75개 응모작 중 엄선된 6개 페차쿠차 발표작은 20장의 이미지를 각 20초씩 발표하며 돌봄에 대한 다각적 시선을 제시한다. 줄리아나 사벨리(Giuliana Sabelli)는 잊힌 여성 건축가들의 아카이브로 집단 기억을 지키는 돌봄을 다루고, 클로비스바르니안(clovisbaronian)은 단 하나의 방으로 이루어진 집을 통해 비움의 윤리를 탐구한다. 모니카 치오보타르(Monica Ciobotar)는 잊힌 지식을 재활성화하는 실천을 제안하며, 스튜디오 포 코스모폴리티컬 모델스와 에마누엘레 미글리오리시 스튜디오의 ‘리브라리아 곤드와나’는 공간의 공공성과 생태적 서사를 조명한다. 줄리아 로사(Giulia Rosa)는 건축 디테일과 재료 접합에 깃든 유지보수의 미학을 살피고, 앙리에테 루츠(Henriette Lutz)는 뮌헨의 잊힌 역 주변을 걸으며 도시를 어루만지는 산책의 돌봄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이 증명하듯, 돌봄이란 단순한 건물의 보수를 넘어 도시의 역사와 생태계,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을 정성껏 어루만지는 윤리적 실천이다.Call for Action, 손길의 미학‘Call for Action’ 대안 공간 공모전이 열린 루가노의 빌라 사롤리 공원(Villa Saroli Park)에서는 독특한 실험이 펼쳐졌다. 여기서 선보인 10개의 선정 작품들에는 땅속 깊이 콘크리트 기둥을 박아 넣은 구조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자연에 아무런 흉터도 남기지 않고 원래 모습대로 돌아갈 수 있는 원상복구 가능성(Reversibility)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땅 위에 견고한 구조물을 세워 영원히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필요할 때 살포시 얹혀 있다가 언제든 흔적 없이 물러나는 겸손한 공간 개입을 보여준다. 철과 유리, 그리고 가역적인 모듈러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공간의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는 지혜가 돋보인다.Urban Walk, 걸으며 느끼는 도시의 숨결비엔날레의 대표 프로그램인 ‘Urban Walk’는 화려한 도심 대신 외곽에 있는 오래된 공장 지대와 버려진 변두리 길을 함께 걸어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낡은 구조물을 발끝으로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천천히 걷는 시간은 잊혀진 공간에 사람의 온기와 시선을 살포시 엮어내는 소중한 과정이다. 이런 발걸음에서 거창한 조감도나 마스터플랜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생명력이 깨어난다. 동네와 지역을 재생하는 일은 단순히 지도 위에 선을 그리는 행정 작업이 아니다. 행정 담당자, 시민, 그리고 창작자가 함께 걸으며 버려진 공간 속 숨은 삶의 흔적을 하나씩 다시 발견하고 정성껏 쌓아 올리는 꾸준한 관계 맺기이며 상생의 과정이다. 이번 도시 산책 코스는 벨린초나 시내와 그 주변 산업 지대의 공공 공간, 재자연화 구역, 주거 및 학교 허브 등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됐어. 각 지점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Handle with Care’를 주제로 뜻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존재를 지키는 다정한 선택2026 스위스 건축 비엔날레는 공간을 다루는 이의 역할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절대자가 아닌, 현장을 다정하게 진단하고 세월의 흔적을 정성껏 보수하는 ‘돌봄 관리자(Care-taker)’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무언가로 끊임없이 채워 넣어야만 안심이 되는 조급한 개발 방식 속에서, 정작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위로를 건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존중하고 돌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건축과 자연, 사람 사이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그곳에 깃든 삶과 이야기를 정성껏 돌보고 지키는 일, 이제는 거창한 신축과 채움의 욕망을 조금 내려놓고 기존 공간들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돌봄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선택이야말로,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의 시대를 지나는 우리가 공간과 도시, 그리고 서로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품격 있는 대답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I2a istituto internazionale di architettura] 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