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dkb Archive 11] 얼굴, 공간의 정체성을 상상하다 Opinion 2026-09-10 Keywords dkbArchive 이름 공간의이름 이름의중요성 공간의정체성 꼰대아이쿠전익관 용기의집 의미부여 쉼과위안 집의기억 공간의생명과감정 위로와용기 오프라인라운지 사람들과교감 새로운경험의장 보이드위브 VOIDWEAVE 비움과엮음 여백 비움의깊이 공간의얼굴과이야기 이상화에디터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나는 오랫동안 후천적인 이름에 깊은 애착을 가져왔다. 건축가인 동생의 작업을 도우며 블로그를 관리하던 시기에도 완성된 공간마다 정성 어린 이름을 붙여주곤 했다. 낯선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를 위해 지어진 집에는 ‘시작하는 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평생 고향에서 살다 도시로 이주한 부모님 집에는 고향 자연의 숨결을 담아 ‘산들집’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낮고 투명한 건축의 표정만으로 그 삶을 짐작하게 하는 ‘얕은 담집’ 또한 그중 하나다. 내가 이름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름은 우리가 매일의 삶을 시작하는 첫 단추이자, 모든 관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원하는 층의 버튼을 누르듯,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는 순간 대상은 비로소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며 우리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이름이 만드는 공간의 변화사람에게 얼굴과 이름이 있듯, 공간에도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 이름이 필요하다. 유튜브 ‘꼰대 아이쿠’ 전익관 대표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를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하며, 정성 어린 이름을 붙일 때 집의 효율과 온기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 시절, 가난한 미용사들을 위한 교육장을 짓고 삶의 용기를 북돋던 미용사에게 감명받아 자신만의 집을 ‘용기의 집’이라 이름 붙였는데, 그 집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들어설 때마다 용기를 얻는 공간이다. 이처럼 공간에 진심 어린 의미를 담아 이름을 부를 때, 그 공간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우리에게 깊은 쉼과 위안을 선사한다. 집에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집 역시 새로운 용기를 얻는다. 이 과정은 건축물이 완성되는 단계를 넘어, 우리에게 더 깊고 진솔한 경험을 선사한다. 얼마 전 ‘시작하는 집’의 건축주가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그는 가족과 함께하는 기억을 간직하고자 집이 지어지는 과정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한 땀 한 땀 블로그와 카페에 기록했다. 그 기록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집이 마치 ‘잘 지내고 있어’라고 살며시 속삭이는 듯하다는 그의 말은 지금도 깊이 마음에 남는다. 이렇듯 이름과 의미는 공간에 생명과 감정을 불어넣고, 머무르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며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Void와 Weave가 만나는 지점DKB는 그간 온라인에서 디자인과 건축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왔다. 하지만 모니터 너머 화면 속 디자인을 탐구할수록,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아쉬움과 갈증이 커졌다. 그렇게 막연히 시작한 DKB의 여정은 3년을 지나, 직접 체감하고 나누는 첫 번째 오프라인 라운지를 열고자 하는 바람으로 성장했다. 제한된 화면을 넘어 실제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교감하며 새로운 경험의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오프라인 공간과 만나 디자인의 생명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이 공간은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미묘한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오프라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브랜드의 근본적인 질문에, 자연스레 ‘우리가 만드는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DKB’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려 했으나, 오프라인 라운지의 역할을 온전히 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이름은 ‘보이드위브(VOIDWEAVE)’. ‘보이드(Void)’는 비움, ‘위브(Weave)’는 엮음을 뜻한다. 가장 화려한 인테리어나 가득 찬 전시물이 아닌, 차분하고 정갈한 여백으로 공간을 비우고, 그 위에 DKB의 에디토리얼 디자인과 방문객들의 대화가 엮여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비어 있기에 오히려 깊고 풍요롭게 채워질 수 있다’는 믿음이 그 중심에 있다. 지금 이 소박한 첫걸음에 이름을 붙이며, 우리가 만들어갈 공간의 새로운 얼굴과 이야기를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이미지: DOT Sofia by I/O architects]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