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방법(Feat. 데이비드 호크니) Opinion 2026-07-26 Keywords 세상을보는방법 데이비드호크니 더큰첨벙 ABiggerSplash 상상력 표현의새로움 수영장연작 변화와호기심 다시그림이다 마틴게이퍼드 새로운질문 계절과빛의변화 집의개념 시선이만들어내는집 집의진정한의미 새로운시선 출발점 스티브에디터 지난달,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가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별세 소식은 단순히 한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를 잃은 안타까움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잃었다는 깊은 허전함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예술가를 작품으로 기억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래도록 남는 것은 그 사람의 ‘세상을 보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호크니의 대표작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은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 1967〉이다. 강렬한 로스앤젤레스 햇살 아래, 물속으로 막 뛰어든 누군가의 흔적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화면 속 인물이 직접 보이지 않아도, 우리는 그 순간을 선명히 그려낸다. 같은 수영장, 같은 태양, 같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토록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늘 경이롭다. 이처럼 호크니의 위대함은 단순한 그림 솜씨를 넘어, 평생 ‘어떻게 볼 것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한 데 있다.우리는 익숙한 풍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호크니는 끊임없이 질문했다. 왜 사진은 우리의 눈과 다른 세계를 보여줄까? 왜 하나의 원근법만이 세상을 설명하는 정답이어야 할까? 왜 하나의 화풍에만 머물러야 할까? 이러한 질문들이 그의 삶을 움직였다. 그는 수영장 연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지만 같은 그림을 반복하지 않았다. 수백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콜라주, 무대미술, 그리고 가장 먼저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새로운 화구로 받아들이며 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익숙함을 선택하는 대부분과 달리, 그는 항상 변화와 탐구의 길을 걸었다.최근 읽은 『다시, 그림이다』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한층 더 가까이에서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미술 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10년간 나눈 대화를 담은 이 책은 단순한 작품 해설을 넘어서, 한 예술가가 세상을 이해하는 차분한 대화 형식으로 전한다. 책 속 호크니는 거장이라기보다 여전히 궁금한 것이 많은 한 사람이다. 그는 지역마다 풍경이 왜 다르게 보이는지, 빛이 공간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미술사의 거장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그리고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에 담는 어려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호크니는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우리로 하여금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다.그는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 화가가 아니라,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 사람이었다. 같은 태양 아래, 같은 거리를 걷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더라도 모두가 같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그저 스쳐 지나가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계절과 빛의 미묘한 변화를 발견한다. 세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풍경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인 것이다.호크니의 삶을 되돌아보면 ‘집’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는 영국 브리들링턴과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노년의 프랑스 노르망디를 오가며 작업했다. 비록 장소는 달랐지만, 그의 관심사는 항상 같았다. 빛이 어떻게 변하고, 계절이 풍경을 어떻게 바꾸는지, 사람들이 그 공간에서 어떤 시간을 살아내는지에 대한 탐구였다. 그의 가족과 친구, 동료 예술가들은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같은 장소도 시간과 계절이 바뀌면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다시 태어났다. 결국 변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었다.대부분 사람은 좋은 집을 더 넓고, 새롭고, 완벽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호크니의 삶을 떠올리면, 좋은 집이란 크기보다는 어떤 ‘시선’을 만들어내는가에 더 가깝다. 햇살이 계절마다 다르게 스며드는 창, 매일 지나는 골목의 사소한 변화, 비 오는 날 더욱 선명해지는 나무와 꽃의 빛깔, 그리고 오래된 식탁 위에 쌓여가는 시간들 같이. 좋은 집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게 해주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집은 단순히 지키고 유지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시 떠나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Kunstmuseum Luzern]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