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집, 바다위를 항해하는 선박 Opinion 2026-02-01 Keywords 스티브 스티브에디터 집 견고한성 단단한벽 각기다른철학과문화 전쟁 위협 위엄과권력 질서와지배 산과물 절제된아름다움 산세와자연지형 자연과의유연함 바다위항해하는선박 조선소 변화하는구조 살아있는생명체 삶의동반자 운송기기 살아있는공간 멈춤과흐름 한때 나는 집을 견고한 성과 같다고 생각했다. 유럽, 일본, 중국에서 마주하는 성들은 단단한 벽과 탑,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구조, 그리고 깊고 숨겨진 방들로 각기 다른 철학과 문화를 생생하게 반영한다.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이들은 각기 다른 형태의 성과 집을 완성했는데, 유럽의 성은 높이 솟아 위엄과 권력을 상징하며, 아래 세상을 굽어보는 눈으로 질서와 지배를 드러낸다. 일본의 성은 산과 물, 곡선을 방어로 삼아 절제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는 복잡한 동선과 긴장이 숨겨져 있다. 중국의 성은 집의 형태와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높은 담장으로 외부를 차단하고 어둡고 깊은 중정과 숨겨진 방으로 은밀한 방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의 성은 이와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산세와 자연지형을 활용해지어진 산성은 실용적 방어와 공동체의 삶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견고함보다 자연과의 조화와 유연함을 중시하며 삶과 역사의 터전이 된다.그런데 요즘은 집이 더 이상 성이 아닌, 바다 위를 항해하는 선박에 가깝다는 생각이든다. 항해를 위해 배에 올라타는 그 순간이 성으로 들어가는 느낌과 묘하게 닮아 있어 흥미롭다. 또한 거대한 조선소에서 배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이 우리의 집 역시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한 땀 한 땀 쌓아 올려진 배가 완성되듯, 우리의 집도 공장에서 생산된 수많은 부품과 기술이 모여 삶을 싣고 떠날 선박이 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조립이 아니라, 바람과 파도의 흐름을 예측하고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내부는 겹겹이 숨겨진 설비와 기술들로 채워져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렇듯 현대의 집은 단단한 땅 위에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우리 삶의 파도를 건너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다르지 않다.과거 성이 세상을 막아내는 견고한 방어의 상징이었다면, 현대의 집은 넓은 바다를 끊임없이 항해하는 선박과 같다. 집이라는 선박 위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방어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세계를 건너는 항해자이자 승객으로 살아간다. 변화를 받아들일 때, 삶과 공간은 더욱 깊고 풍요로운 의미를 갖는다. 집은 단순한 거처를 넘어 ‘삶의 동반자’로 존재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나와 가족의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운송기기가 된다.당신의 집은 지금 어떤 항해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박 위에서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가? 집을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마주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새롭게 호흡하기 시작한다. 고요한 물결과 거센 파도가 공존하는 바다 위에서, 우리는 멈춤과 흐름 사이를 유영하며 항해를 이어간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나만의 이야기들로 매일을 채워 가기를 바란다. 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