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집이 형태가 아닌 용기로 지어진다면 Opinion 2026-05-02 Keywords 집 용기 나카무라요시후미 건축가가사는집 생활을위한용기 미래의삶을담는그릇 선택과결심 테이트모던 TateModern 삶을준비하는곳 관계와경험을담는장소 새로운문화 공간을받아들이는태도 공간에대한상상 집이아닌공간 다른공간 선택 익숙하지않은방식 받아들이는태도 불편감수 출발점 이상화에디터 일본의 건축가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건축가가 사는 집』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택이란 그 속에서 영위하는 생활을 위한 용기여야 한다.” 이 문장은 집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다. 집은 현재를 완성하는 결과물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집을 면적, 구조, 재료, 스타일 같은 조건으로만 이해해왔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오늘날 건축은 새로운 기술과 재료, 다양해진 공간 경험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 변화는 설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현실이 되는 것은 그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의 선택과 결심이다.용도, 즉 삶을 바꾼다는 것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한때 발전소였다. 산업 에너지를 생산하던 이 장소는 리모델링을 통해 예술과 사유의 공간인 현대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변경이 아니라, 멈췄던 건축이 담는 시간과 경험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 사례다. 이와 같은 변화는 주거 공간에도 필요하다. 공간의 용도, 즉 그 정의가 바뀌는 순간, 그 안에서의 삶도 달라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집은 기능의 집합체가 아니라, 변화를 위한 삶을 준비하는 곳으로 불려야 한다.새로운 문화를 들이는 집주거는 외부 변화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새로운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은 집의 구조와 사용 방식을 동시에 변화시킨다. 코하우징처럼 공동의 공간을 나누거나, 일과 생활이 결합된 새로운 방식, 실내와 외부의 경계를 흐리는 구성 등은 집을 개인의 공간에서 관계와 경험을 담는 장소로 확장시킨다. 공간은 점차 경계를 분리하기보다 연결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 연결을 실제 삶으로 완성하는 것은 결국 거주자의 몫이다. 새로운 문화는 공간을 바꾸고, 그 공간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삶과 미래를 바꾼다.집이 아닌 공간에 대한 상상우리는 반드시 ‘집’이라는 형식 안에서만 살아야 할까? 집이라는 경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하나의 공간으로 집을 정의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은 거주를 ‘소유’가 아닌 ‘경험’으로 바꾸고 있다. 집은 더 이상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따라 선택되는 상태가 된다. 카페에서 일하고, 공유 공간에서 식사하며, 다른 도시를 일상의 배경으로 받아들이는 삶.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다.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집이 아닌 공간에서 살아보기’라는 상상은 삶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게 만든다.집은 변화를 향한 출발점이다건축은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주택이 형태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기존 방식을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기 시작할 때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하지만 이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하루 일과 중 일부를 다른 공간에서 보내는 선택,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그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는 작은 결심. 그 축적이 새로운 주거 혁신을 만든다. 집은 삶을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삶이 스스로를 바꿀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길 뿐이다. 그래서 집을 선택한다는 것은 공간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다. 어쩌면 새로운 주택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변화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Pinterest]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