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터 앤 쉐입 2026, 패션이 교차하는 파리 디자인 살롱 패션으로 시작되는 파리의 봄. 런웨이의 조명이 꺼진 뒤 도시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조용히 열린다.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의자, 손에 들린 잔, 그리고 공간을 밝히는 조명에 관한 이야기다. 패션쇼가 끝난 뒤 남겨진 사물들, 그 사물들이 만들어내는 감각의 풍경 속에서 디자인은 다시 시작된다. 디자인 살롱 매터 앤 쉐입 2026(Matter & Shape 2026)은 바로 이러한 사물의 세계를 탐구하는 전시다. 2026년 3월 6일부터 9일까지 튈르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 설치된 임시 파빌리온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세 번째 에디션으로, 파리 패션위크 기간 동안 디자인과 패션, 공예와 산업이 만나는 교차점으로 자리 잡았다. [Matter & Shape 2026] 1. Andromeda, 빛의 폭발 2. Frama, 향과 공간의 관계 3. 22 System, 전기의 시각적 구성 4. Marimekko, 프린트 아카이브 5. Ann Demeulemeester x Serax, 패션 디자인의 변신 6. RedDuo, 소재와 빛의 실험 Keywords 트렌드템퍼리쳐 TrendTemperature Matter&Shape2026 매터앤쉐입2026 튈르리정원 파리패션위크 린지아델만 Andromeda 안드로메다 Frama 프라마 향과공간설치 물레방아 마이클안트로부스 UnionSeries 22System 오메르아벨 PlugIt Marimekko 마리메코 프린트아카이브 Serax 세락스 RedDuo 레드듀오 Luceplan 루스플랜 약 4,000㎡ 규모의 전시 공간에는 70여 개의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부스들은 하나의 도시처럼 배치되었고,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서로 다른 소재와 아이디어, 제작 방식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디자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올해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스케일(Scale)’로 여기서 스케일은 단순히 물리적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생산 방식과 제작 과정, 그리고 인간의 노동과 기술이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범위를 함께 묻는 개념이다.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을 구성하는 설치 작업까지, 전시는 디자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었다. Andromeda, 빛의 폭발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는 조명 디자이너 린지 아델만(Lindsey Adelman)의 신작 안드로메다(Andromeda)였다. 자신의 조명 스튜디오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이 작업은 샹들리에와 스콘스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는 조명 시스템이다. 단순히 하나의 조명 오브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에 설치될 수 있는 빛의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압출 알루미늄, 캐스트 글라스, 그리고 절단된 석재가 결합된 구조는 이름 그대로 먼 우주의 은하 ‘안드로메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날카롭게 교차하는 평면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형태로 읽히며, 공간 속에서 빛이 폭발하며 퍼져나가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비대칭적으로 뻗어나가는 실루엣과 층층이 겹쳐진 재료들은 마치 우주에 흩어진 빛의 파편들이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는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Lindsey Adelman Studio_MickaelLlorca]Frama, 향과 공간의 관계 코펜하겐 기반 브랜드 프라마(Frama)는 향기를 하나의 공간 시스템으로 탐구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장 중앙에는 실제로 작동하는 물레방아가 놓였고, 향이 주입된 물이 그 안에서 순환하도록 설계되었다. 물은 천천히 흐르고 증발하면서 향기를 공기 속으로 퍼뜨린다. 보이지 않는 향기가 물리적인 순환 과정을 통해 공간 전체로 확산되면서, 후각이라는 비물질적 감각이 하나의 공간적 경험으로 드러난다. 이 설치에는 디자이너 마이클 안트로부스(Michael Antrobus)의 Union Series 의자도 함께 공개되었다. 반원형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조합해 만든 구조는 산업적 제작 방식에서 비롯된 명확한 구조 언어를 보여준다. 메시 소재의 좌판은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실내와 실외 환경 모두에 적합하며, 기능과 구조가 단순한 형태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디자인이다. [Frama_MickaelLlorca]22 System, 전기의 시각적 구성 캐나다 브랜드 보치(Bocci)의 22 System은 전기 인프라를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전환한 프로젝트다. 디자이너 오메르 아벨(Omer Arbel)이 개발한 통합 전기 콘센트 시스템은 이번 전시에서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와 협업한 설치 작품 Plug-It을 선보였다. 설치의 중심에는 다양한 색상의 전기 소켓이 배열된 거울 패널이 놓였다. 방문객들은 자신의 기기를 직접 연결하며 작품과 상호작용하였고, 기기가 연결될 때마다 전력의 흐름과 빛의 반사가 변화했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전기 네트워크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각적 구성으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22 System × Crosby Studios]Marimekko, 프린트 아카이브 핀란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메코(Marimekko)는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프린트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이번 전시에 처음 참여했다. 관람객들은 브랜드가 보유한 원본 아카이브 자료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고, 새로운 패턴이 어떻게 헬싱키에 위치한 마리메코의 섬유 프린팅 공장에서 탄생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는 수작업으로 그린 초기 아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이후 디자인이 디지털 방식으로 정리되는 과정, 레이저로 정밀하게 새겨진 프린팅 스크린 제작 단계, 그리고 맞춤형 안료의 혼합 과정까지 이어지며 패턴 제작의 전체 흐름을 보여준다. 이 설치는 마리메코의 패턴이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니라 손의 감각과 색채 실험, 그리고 산업적 생산 과정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보여준다. [Marimekko_MickaelLlorca]Ann Demeulemeester x Serax, 패션 디자인의 변신 벨기에 패션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는 패션계에서 물러난 이후 자신의 미학을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벨기에 디자인 브랜드 세락스(Serax)와 협업한 테이블웨어와 조명 오브제를 선보였다. 도자기 접시와 각진 형태의 식기, 조각적인 촛대, 시적인 유리 제품 등은 모두 날카롭고 간결한 선을 강조하며 패션에서 보여주었던 조형 감각을 일상의 사물로 옮겨 놓았다. 특히 새롭게 공개된 세 가지 모노리식 카라페는 하나의 돌기둥처럼 단순한 형태 안에서 유리의 투명성과 무게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여기에 따뜻한 빛을 발하는 원통형 벽 램프가 더해지며 오브제와 빛이 함께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패션에서 출발한 디자이너가 식기와 조명 같은 일상적 사물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은 패션과 산업 디자인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사례로 평가된다. [Ann Demeulemeester x Serax_CeliaSpenard-Ko]RedDuo, 소재와 빛의 실험 디자이너 파비올라 디 비르질리오(Fabiola Di Virgilio)와 안드레아 로소(Andrea Rosso)가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레드듀오(RedDuo)는 이번 전시에서 소재와 빛을 주제로 한 협업 프로젝트들을 선보였다. 벨기에 카펫 브랜드 JOV와 함께한 러그 컬렉션 Furry Network는 뉴질랜드산 울과 모헤어 등 고급 섬유를 사용했다. 길고 조밀한 파일 구조 위에는 해체된 그물 형태의 그래픽 패턴이 나타나며, 부드러운 촉감과 구조적인 시각 언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텍스타일을 완성했다. 또한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루스플랜(Luceplan)과 협력한 조명 시스템 글로우 타일(Glow-Tile)은 타일을 단순한 마감재가 아닌 빛의 구조 요소로 활용하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유약을 입힌 세라믹 모듈을 조합해 벽이나 천장에 설치할 수 있으며, 모듈식 구성 덕분에 디자이너가 빛의 패턴과 면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 [Redduo]에디터 스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