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BAU 2025) Part2 2025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을 주제로 9월 26일부터 54일간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개최된다. 2017년에 시작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급속한 도시 성장에서 파생된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밀화 도시인 서울에서 인간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의 모습을 모색한다. 서울은 공격적인 산업화와 끊임없는 발전 과제들을 극복하며 성장해왔고,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되는 자신감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라보며 변화하고 진화하는 곳이다.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therwick] 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총감독을 맡았다. 그는 1994년 런던에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며, 건축, 디자인, 도시 공간을 넘나드는 혁신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창조적 디자인으로 일상에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그는 최첨단 기법과 함께 전통, 장인 정신, 감성적인 측면을 존중한다. 특히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감과 소재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은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대표작으로는 리틀 아일랜드, 베슬, UK 파빌리온, 구글 베이 뷰, 더 코어 등이 있다. Keywords 트렌드템퍼리쳐 TrendTemperature 2025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토마스헤더윅 ThomasHeatherwick 매력도시 사람을위한건축 RadicallyMoreHuman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한국도시의미래 벽 보다사람다운도시건축 Humanise 휴머나이즈월 HumaniseWall 일상의벽 WallsofPublicLife 도시전 서울전 도시의얼굴 인간적인 건축 사람을위한환경으로서의건축 펼쳐보는서울 한국 도시 운명을 결정하는 '벽' 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종로로 가는 길, 도시 답사가이자 도시문헌학자인 김시덕 박사의 『한국 도시의 미래』를 들고 나섰다. 우연히도 비엔날레와 책에서 다루는 '벽'이라는 공통 주제를 마주하며 깊이 사색할 수 있었다.과거부터 국제 정세는 한국 도시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6.25 전쟁으로 강원도의 대도시였던 철원이 쑥대밭으로 변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농업 도시였던 부산은 광복 후 항구 도시로 발전하며 바닷가 쪽이 대도시로 성장했다. 1970년대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자 새로운 수도 구상이 세종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신냉전의 서막을 알리는 듯하며, 쉽게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냉전 체제 속에 놓인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냉전의 도래는 남북한 간의 통일이나 평화 체제 구축을 상당 기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도시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관계가 통일이라는 특수한 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 관계인 '투 코리아' 체제로 이어진다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는 우리에게 '벽'은 더 높고 쉽게 허물 수 없는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휴머나이즈 월, 일상의 벽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열리는 주제전 <보다 사람다운 도시건축(Humanise)>은 서울 건축 외관 디자인을 어떻게 하면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담론을 공유하는 장이다. 전시는 "서울의 건축물은 당신에게 어떤 심리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나요?"와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매력적인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까요?"라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분야의 서울 시민과 창작자 팀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모았다. 이 질문에 대한 해법들은 세 가지 전시를 통해 작품으로 만날 수 있었다.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다. 이 거대한 벽은 서울 시민의 경험과 아이디어, 그리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생각이 한데 엮인 조각보 태피스트리를 상징한다. 90m 길이, 16m 높이의 이 벽은 성찰과 도발적인 질문, 그리고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성찰'을 위한 면과 '제안'을 위한 면으로 나뉜 벽에는 오늘날의 서울과 미래의 서울을 보여준다. 설치물은 아이디어들을 물리적으로 비틀어 공중에서 뒤틀린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캐노피형 모임 공간을 만들고 다시 지면과 만나며, 벽면은 작품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휴머나이즈 월은 휴머나이즈 선언문과 총감독 주제 선언문, 그리고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 국제공모전에 최종 당선된 창작 커뮤니티 9개 팀의 목소리와 아이디어들로 채워졌다. 모든 이들이 사람을 위해 지어진 건물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건물의 외관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건축과 우리의 감정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9개 팀의 창작 커뮤니티는 1천여 명의 서울 시민과 협력하여 보다 인간적인 건축, 사람을 위한 도시를 상상하며 만든 작품을 휴머나이즈 월의 패널 일부로 구성했다.<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은 건축물 입면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풍요로워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가로 2.4m, 세로 4.8m의 개별 '벽' 구조물들을 통해 일상 속 건축물이 어떻게 더 즐겁고 매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하게 한다. 총 24개 팀이 선보인 이 벽 구조물들은 입면 디자인에 필요한 ‘시간적 복잡성’을 창조하는 다채로운 방법들을 제시한다. 전시에는 건축가를 비롯해 셰프 에드워드 리(Edward Lee),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부르키나파소의 장인 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각국 창작자들이 도시 건축에 감정과 이야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벽돌, 나무, 금속, 직물, 빛 등으로 구현된 '벽'들은 하나의 컬렉션으로서, 건물 외관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어떻게 하면 건물이 더욱 감정적으로 공명하며 매력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일상의 벽은 도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벽이 얼마나 풍부한 상상력과 감성을 담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시다.일상의 벽은 각각의 작품들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며 관람객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게 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아노말리아(Anomalia)는 '벽을 짓는 대신, 기른다면 어떨까요?(What if walls were grown, not built?)'라는 물음을 던진다. 도시에서 건물의 파사드가 점차 단조롭고 차갑게 변하며 주변의 삶과 단절되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며, 건물의 외벽이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가 속한 생태계에도 살아 움직이고, 반응하며 너그러운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버섯의 균사체로 자라난 마이코블록(MycoBlox)을 활용한 재생 가능한 이 벽은 관람객에게 만지고, 냄새 맡고, 오감으로 감각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케레 아키텍처(Kere Architecture)는 '그 소나무 숲을 지나(Beyond the pines)'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반도의 상징적인 목재이자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와 함께한 소나무가 급격한 현대화와 기후 변화 속에서 사라져 가는 현실을 직시한다. 이에 케레 아키텍처는 산불 피해에 적응하기 위한 숲의 다양화, 선택적 가지치기, 그리고 수확된 소나무의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시민들의 기억을 깨우고 눈이 잊은 것을 몸이 기억하게 한다.서울도시건축전시관: 도시의 얼굴, 펼쳐보는 서울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도시전'과 '서울전'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사람이 감정을 표현할 때 얼굴 표정을 사용하듯 도시의 건물 또한 고유한 얼굴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늘날 많은 건축물이 기능의 효율성과 경제성 논리에 갇히면서 도시 건축과 사람의 관계가 무표정하고 단조롭게 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도시전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City’s Faces: Human beings need human building)>는 전 세계 도시로부터 인간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천적 시도들을 수집하고, 건축물의 외관이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지 탐구한다.이번 전시에는 스위스의 레르조그&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일본의 켄고 쿠마 앤드 어소시에이츠(Kengo Kuma & Associates), 프랑스의 브루더(Bruther) 등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들이 대거 참여했다. 15개국 21개 도시에서 다채롭고 매력적인 도시 환경을 구상하는 25개 건축물을 외관(파사드)이라는 특별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외관은 도시의 얼굴로서 그 도시의 문화, 역사, 기술, 감정을 담아내며 우리가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도시전은 단순히 기능이 집합된 도시 환경을 넘어,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반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간적인 건축'이자 '사람을 위한 환경으로서의 건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도코로자와 사쿠라 타운(Tokorozawa Sakura Town)은 일본 도코로자와의 무사시노 고원에 위치한 독특한 대중문화 엔터테인먼트 복합 단지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켄고 쿠마(Kengo Kuma)는 이 '쿨 재팬'을 대표하는 단지를 통해 현대 기술과 전통,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독창적인 건축 미학을 선보였다. 핵심 건물인 카도카와 문화 뮤지엄 (Kadokawa Culture Museum)은 무사시노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듯한 웅장한 형태로 방문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건물은 70mm 두께의 흑백 화강암 패널 2만장으로 견고하게 지어졌지만, 켄고 쿠마는 돌의 이음새를 일부러 어긋나게 배치하여 각각의 돌이 마치 지면을 뚫고 나오는 듯한 가벼움과 부유감을 절묘하게 연출했다. 바레인 구도심 무하라크(Muharraq)에 위치한 네 개의 주차장(Four Car Parks)은 바레인 문화유산청의 ‘진주길(Pearl Path)’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주차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도 공간, 이벤트 장소, 시장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다기능적인 시민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건축가 크리스티안 케레즈(Christian Kerez)가 디자인한 이 건물들은 네 개의 서로 다른 부지에 동일한 설계 원칙이 적용되었지만 각 부지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건물 슬래브는 구부러지고 경사진 형태로, 서로 합쳐져 한 층과 다른 층을 연결하는 경사로 역할을 한다. 슬래브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주차장을 오르내릴 때 독특한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자동차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 전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공간이 된다.서울전 <펼쳐보는 서울>은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에 대해 색다른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펼쳐보는 서울은 인간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미래를 체감하게 하는 서사적 장치로 하나의 풍경을 구현했다. 서울의 미래를 드러내는 18개 프로젝트는 '새의 눈'이 아닌 '가까이에서 마주한 사람의 눈'에 포착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러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축 프로젝트들은 과거와 현재를 기반으로 서울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 전시는 조망 대신 체험을, 정보 대신 분위기를, 그리고 개요 대신 순간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은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관람하며 미래의 서울 장면들과 깊이 교감할 수 있다.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패브릭 이미지들은 유동적인 경로들을 제안하고, 관람자의 움직임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도시적 리듬으로 전환되어 중첩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2025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광화문광장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비엔날레에 어울리는 다양한 도시 풍경을 기대했지만, 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의 환경 집회, 자유통일당의 보수단체 집회, 광복 80주년과 윤동주 서거 8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 최대 독서릴레이 행사 등이 함께 줄지어 진행되면서 혼잡해진 광화문광장에서는 현실에서의 또 다른 벽과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지정학적 '벽'이라는 현실 속에서 열린 비엔날레가 제시하는 도시를 이루는 물리적 '벽'의 의미는 더 많은 것을 내포하며, 그 해결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서울의 미래가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으로 구체화되고, 물리적 '벽'들이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에디터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