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어바웃 디자인] 기억을 품은 공간: 호텔로 다시 태어난 버려진 건축물 Trend 2026-04-11 Keywords 단비 단비에디터 어바웃디자인 기억과시간 호텔 버려진건축물 시대의흔적 적응형재사용 기억을전제로한재편 카펠라교토 폐교 스위츠호텔 암스테르담운하 다리관리인주택 디트로이트파운데이션호텔 소방서의재탄생 웨어하우스 호텔 창고 서사기반공간디자인 더네드 도시의랜드마크 은행 더네티 공중화장실의변신 도시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그 안에 깃든 기억들은 시간과 함께 조용히 머문다. 버려진 건축물은 단순한 낡음이나 잊힌 공간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이야기와 흔적이 숨 쉬는 기억의 장소다.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은 단순히 외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품은 건축물이 다시 살아 숨 쉬며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 깊은 과정이다. 이 ‘기억을 기반으로 한 재구성’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어, 건축이 도시의 새로운 얼굴로 거듭나게 한다. 이번 글에서는 버려진 공간과 그 안의 기억이 호텔이라는 새로운 서사를 통해 어떻게 다시 생명을 얻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카펠라 교토, 폐교 위에 피어난 기억의 공간 2026년 봄, 교토 히가시야마구 고마츠초에 모습을 드러낸 카펠라 교토(Capella Kyoto)는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선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과거 ‘신미치 초등학교’가 자리했던 곳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지역 축제가 울려 퍼졌던 삶의 공간이었다. 인구 감소로 흔적만 남은 학교를 철거하지 않고 ‘기억을 기초로 한 재생’을 선택한 점이 특별하다. 설계는 ‘건축은 드러나기보다 주변에 스며드는 존재’라는 철학을 가진 쿠마 겐고가 맡았다. 그는 전통적인 마치야의 공간 논리를 현대 도시 맥락에 맞춰 재해석했다. 지상 4층 규모의 이 호텔은 화려한 스카이라인 대신, 골목길의 스케일과 보행자의 시선에 맞춰 설계되었다. 좁은 골목을 닮은 접근로는 마치 동네 일상의 한 부분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옛 학교의 열린 중심 공간을 모던하게 해석한 중정에는 벚나무가 자리해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내부는 목재, 와시, 옻칠 등 전통 소재뿐 아니라 폐교의 자재를 재활용해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공간 속에 자연스레 녹였다. [이미지 출처: capellahotels.com]스위츠 호텔: 도시를 객실로 확장하는 이색 경험스위츠 호텔(SWEETS Hotel)은 전통적인 단일 건물 호텔과는 그 결이 다르다. 암스테르담 운하를 따라 흩어진 28채의 다리 관리인 주택을 각기 다른 스위트룸으로 재생하며 ‘도시 전체를 호텔로 확장하는’ 새로운 개념을 보여준다. 과거 다리 제어 시스템을 중앙화하면서 쓸모 없어진 건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건축적 특성을 품은 채 새 생명을 얻었다. 객실들은 운하라는 물리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복도 대신 물길을 따라 이동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투숙객은 이 특별한 환경 속에서 도시를 탐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전통적인 로비와 공용 공간이 없는 대신, 지역 카페와 상점, 레스토랑이 자연스럽게 로비와 조식 공간 역할을 한다. 투숙객들은 객실에 비치된 태블릿을 통해 붐비지 않는 암스테르담의 숨은 매력을 찾아 즐길 수 있다. [이미지 출처: sweetshotel.amsterdam]디트로이트 파운데이션 호텔, 공공건물이던 소방서의 재탄생디트로이트 중심가의 옛 소방서 본부와 인접한 폰차트레인 와인 셀러가 새로운 복합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맥킨토시 포리스 어소시에이츠가 아파리움 호텔 그룹과 협력해 완성한 이 공간은 1929년 건축된 오리지널 소방서 건물을 역사적 가치를 살려 복원했다. 디트로이트 전역의 버려진 건물에서 수집한 목재와 자재가 인테리어에 재활용되어 곳곳에 시간의 흔적이 살아 숨 쉰다. 소방차가 드나들던 붉은 차고문은 옛 추억을 환기시키며, 넓은 소방차 대기 홀은 150석 규모 레스토랑과 라운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호텔은 사무, 회의, 피트니스, 리테일을 품는 복합 거점으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미지 출처: Detroit Foundation Hotel]웨어하우스 호텔: 싱가포르 산업유산의 현대적 해석1895년 지어진 싱가포르의 ‘고다운(Godown) 창고’는 한때 무역항의 중심이자 비밀스러운 지하 활동의 무대였다. 1980년대 디스코 클럽으로 변신하기도 했던 이 창고는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내다 최근 웨어하우스 호텔(The Warehouse Hotel)로 다시 태어났다. 어사일럼 크리에이티브의 서사 기반 공간 디자인 아래 박공지붕, 창호, 처마 등이 원형으로 보존했다.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 거친 벽돌, 철제 디테일로 창고 본연의 물성을 드러내면서 황동과 짙은 목재, 가죽으로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낮고 따뜻한 조명은 과거 항구의 어둡고 은밀한 역사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미지 출처: The Warehouse Hotel]더 네드: 도시 랜드마크의 품격 있는 변신더 네드(The Ned)는 영국 건축계 거장 에드윈 ‘네드’ 루티엔스(Edwin 'Ned' Lutyens)가 설계한 옛 미들랜드 은행 본사를 리노베이션한 복합 럭셔리 호텔이다. 252개 객실, 9개 레스토랑, 옥상 수영장, 헬스장, 스파를 갖춘 이 공간은 ‘진정성 있는 복원’과 ‘현대적 럭셔리’ 사이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웅장한 은행 홀은 공연과 리셉션이 공존하는 드라마틱한 무대로 재구성됐으며, 상부에 자리한 금고 구조가 공간에 긴장감을 더한다. 기존의 은행 조명과 호두나무 카운터가 여전히 공간의 기억으로 남아 곳곳에 녹아든다. 20톤 무게의 금고 문과 안전 금고 벽면이 현존하는 멤버십 바는 묵직한 금속의 질감과 세련된 현대미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The Ned]더 네티, 공중화장실의 부티크 호텔 변신1895년 빅토리아 시대 공중화장실은 오랜 시간 폐쇄돼 옥스포드의 흉물로 남았다. 2025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두 개 스위트룸을 가진 부티크 호텔 ‘더 네티(The Netty)’가 되었다. 특별한 점은 과거를 지우지 않고, 기존 구조와 동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경험 자체를 서사로 만드는 데 있다. 지상에서 바로 내려가는 계단은 공중화장실의 접근 방식을 유지하며, 체크인 데스크나 복도 같은 통상적인 호텔 장치는 없다. 내부는 낮은 천장과 제한된 공간을 밀도 높은 아늑함으로 바꾸었고, 빈티지 가구와 강렬한 색채, 패턴이 겹겹이 쌓여 감각적인 경험을 완성한다. 과거의 기능적 장소가 지역 문화의 맥락과 만나,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생동감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미지 출처: The Netty]에디터 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