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Exhibition 2026-03-23 Keywords 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귀국전 두껍아두껍아 집의시간 서울아르코미술관 백남준 전수천 강익중 이불 베니스전시재구성 공간과장소성연구 레이어링아카이브 큐레토리얼리서치 리빙아카이브 언폴딩아카이브 실험공간 투명아크릴구조물 공간과기억상징 시간과의미체험 다층적시간성탐구 이다미 덮어쓰기 덮어씌우기 양예나 다층시간 박희찬 나무의시간 김현종 옥상설치 정진호 동요우화 이상화 이상화에디터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은 1895년 시작된 베니스비엔날레의 오랜 역사와 한국관이 걸어온 30년의 궤적을 감성적으로 담아낸 전시다. 이번 전시는 ‘집’이라는 주제로 시간과 기억, 공간이 겹겹이 쌓인 한국관의 다층적인 의미를 깊이 탐구한다.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귀국전은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생명력과 기억이 깃든 ‘집’으로서 한국관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다. 전통 동요 ‘두껍아 두껍아’에서 이름을 따온 이 전시는 은유적으로 두꺼비를 숨은 화자로 삼아, 변화와 재생을 상징하며 자르디니 공원의 나무, 땅, 하늘, 바다와 같은 자연 유산들을 환기한다.베니스비엔날레: 시간을 품은 세계 미술의 장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대미술 축제로, 시간이 흐르면서 유럽을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예술과 건축의 국제적인 무대로 성장했다. 1950년대부터 각국이 독립 국가관을 마련하며 다채로운 문화와 예술이 교류하는 중요한 장이 되었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창작자들이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처음 참가해 작은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1995년 26번째 독립 국가관인 한국관을 설립하며 국제 무대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확보했다. 1993년 백남준 작가가 독일관 대표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한국관 개관 첫 해인 1995년 전수천 작가가 특별상을 받았고, 1997년 강익중, 1999년 이불 작가가 연이어 특별상을 수상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세계 예술계에 알리는 중요한 이정표임을 보여준다.전시는 베니스 현지에서의 전시를 그대로 옮기는 대신, 공간과 장소성이 다를 때 전시의 내용과 의미가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1층은 한국관의 건축적 역사와 전시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와 비평 작업으로 꾸며졌고, 2층에서는 참여 작가들이 한국관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는지 경험할 수 있다.1층: 한국관 아카이브와 건축적 여정〈레이어링 아카이브〉는 국내외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종합해 한국관 건축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각처럼 맞춰 보여주는 큐레토리얼 리서치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관이 처음 건립된 때의 시대적·사회적 배경뿐 아니라 건축적 맥락도 담아낸다. 2022년 프랑코 만쿠조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증한 자료와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아카이브, 베니스건축대학 아카이브 등에는 한국관 설립과 그 이면에 깔린 더 넓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전시기획팀은 이처럼 서로 다른 아카이브를 겹쳐 읽으며, 작가들에게 새로운 상상과 해석의 재료로 제공했다.〈리빙 아카이브〉는 한국관이 참여했던 과거 전시 기록들을 열람하는 공간으로, 이 기록들을 통해 오늘날 건축과 전시 제작 과정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온다. 〈언폴딩 아카이브〉는 비디오그래퍼 백윤석이 촬영한 영상과 다양한 기관에서 수집한 자료를 엮어 한국관 건축의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낸다. 이 영상은 익숙한 베니스 도시 풍경에서 출발해 자르디니 공원을 지나 한국관으로 집중되며, 건축물의 건립과 개관, 전시 개최 및 해체 과정을 따라 도시적 환경과의 중첩과 영향을 보여준다. 또한 텍스트, 사진, 도면, 인터뷰 등 다양한 매체가 교차하는 구성은 커미션을 받은 네 명의 건축가들의 작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전시 전체가 다층적으로 겹쳐진 이야기를 전달한다. 귀국전에서 〈언폴딩 아카이브〉는 베니스에서 전시가 준비되고 설치되며 재해석되는 과정을 포괄적으로 보여주어, 아카이브를 고정된 과거의 기록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펼쳐지는 현재형의 존재로 제시한다.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세 가지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설계되었다. 첫째, 기존에 방치된 벽돌 건물과 보호수목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중점을 두었고, 둘째, 지면 훼손을 최소화하는 설계 방식을 선택했다. 셋째, 필요할 때 언제든 철거할 수 있도록 가벼운 구조로 지어진 점이 특징적이다. 건물은 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어진 듯한 형태로, 평면에는 크고 작은 굴곡과 구석들이 생겨났다. 필로티 구조를 통해 지형과 나무 뿌리를 보호하여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다. 투명한 외피는 바깥으로 아드리아해를, 안쪽에는 자르디니 공원을 향해 시선을 열어 공간의 연속성을 확보한다. ‘웨이브 월 트리’, ‘발코니 트리’, ‘실린더 홀 트리’ 같은 보호수목들은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건축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Korean Pavilion 2025, Photo by Yongjoon Choi]2층: 삶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집’2층 전시장은 참여 작가들이 한국관을 해체하고 새롭게 조립하는 창의적 실험의 장이 된다. 천장에 걸린 투명한 아크릴 구조물은 한국관 특유의 공간감과 다층적인 기억을 상징하며, 관객은 그 구조물을 따라 움직이면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시간과 의미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작가들은 한국관이 건립될 당시의 물리적 조건과 제도적 맥락에 집중해, 전통 미술과 건축의 정체성을 넘어 공간이 지닌 복합적인 시간성 및 존재 의미를 새롭게 탐구한다.이다미의 《덮어쓰기, 덮어씌우기》는 한국관을 지키는 나무와 고양이 ‘무카’ 같은 비인간적 존재들을 불러내어, 공간에 담긴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양예나는 국가관 설립 이전부터 축적된 자연과 시간의 다층적 층위를 픽션과 학문적 상상을 결합해 재해석하며, 관객들에게 과거·현재·미래가 얽힌 복합적 시간 경험을 선사한다. 박희찬의 《나무의 시간》은 빛과 바람, 나무 그림자 등 자연 요소와 공간의 감각적인 교감을 설치작품으로 펼쳐 보이며, 공간과 자연이 긴밀히 맞물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김현종은 한국관 옥상을 바다를 향해 돛을 펼친 형상으로 재구성해, 공간과 세계의 미래적 연대를 은유한다. 비록 완전한 구현은 현실적 제약으로 제한되었지만, 미완 상태 자체가 공간과 제도 사이의 긴장과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정진호는 전래 동요 ‘두껍아 두껍아’의 두꺼비를 상징적 화자로 삼아, 건축과 제도의 끊임없는 변화와 재생을 우화적인 언어로 펼쳐내며 전시를 하나의 지속적 이야기로 완성한다.과거와 현재가 층층이 쌓인 이 전시는 개인의 경험과 집단의 기억, 그리고 자연과 건축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 삶에 새로운 감각을 선물한다.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선 이 공간 속에서 각자의 시간이 되살아나고, 우리는 조용히 그 시간을 품어 나간다. 집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우리 존재의 흔적과 시간을 담아내는 거대한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어쩌면 우리가 머무는 ‘집’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쓰이고 덮이며, 끝없이 재구성되는 과정 속에 있다. 우리의 기억은 과연 어디에서부터 쌓여 어디까지 퍼져 나갈 수 있을지, 이 전시는 그런 질문을 조용히 건넨다.전시: 베니스비엔날레 제19회 국제건축전 한국관 귀국전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기간: 2026.2.6.(금) - 4.5.(일)장소: 아르코미술관 제1, 2전시실1 (영상)에디터 이상화